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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균 개인전


          FLOW 

     < 그들은 이미 날개가 있었다 >

   - 2025.11.27(목) ~ 12월 5일(금) -

작업 노트

 

 

                         FLOW: 그들은 이미 날개가 있었다.

 

어쩌면 내 삶은 늘 '유의미함'을 갈망하는 구겨진 종이 한 장 같았다. 시골 외딴집에서 태어난 나는 유년기부터 스스로 자존감 낮은 소녀라 규정했다. 그래서였을까. 예술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필사적으로 '난 누구보다 특별해야만 해'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게 내가 이 세상에서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방식이었다. 사유와 잡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내가 이율배반적인 인간이라며 스스로 채찍질했던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유와 잡념의 어느 틈, 캔버스 앞에 다시 섰을 때 내게 자연스럽게 스며왔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은 애초에 규정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이번 작품들 'FLOW'는 깨달음? 아니 '스며듦'의 여정이다.

이 캔버스 위를 떠다니는 유기적인 형태들은 투명하게 겹쳐지고, 서로에게 스며들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캔버스 안의 덩어리들이 바로 나의 수많은 사유와 감정, 그리고 기억의 파편들이다. 과거의 나는 이 파편들이 무의미한 잡념으로 침몰할까 봐 두려워했었다. 하지만 이 형태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배경 위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그냥 그들이 흐르는 대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유동적인 흐름이 바로 내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살아가는 방식'이지 않았을까? 정지된 목적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 그 자체.

 

이 'FLOW'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그들은 이미 날개가 있었다'는 명제에 담겨 있다.

나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지향 점을 향해 오르려 발버둥 쳤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사유와 감정의 입자들은 원래부터 가벼웠고, 스스로의 부력만으로 충분히 유영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애써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이미 내재된 가치 때문에 침몰하지 않았을 테니까.

 

작품 'FLOW: 그들은 이미 날개가 있었다 NO.7'의 중앙에 있는 짙은 색채의 마젠타 덩어리처럼, 가장 응축된 나의 자아도 주변의 흐릿한 잡념들 위를 당당하게 부유하고 있다. 그 모습은 '하찮은 먼지'와 '득도한 인간' 사이를 오가며 괴로워했던 과거의 나에게 건네는 해방 선언이지 않을까? 나는 이제 나를 둘러싼 세상의 번잡함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저 그 혼란 위에서, 내 안의 모든 존재가 가진 '날개'를 믿고 'FLOW' 속에 온전히 나를 맡길 뿐이다.

 

나의 작업은 이제, 명쾌하지 않은 자기 증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자아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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